북쪽의 정물오름과는 형제처럼 다정하게 이웃하고 있으나 행정 구역상으로는 남북제주군을 달리하고 있다. 정상에는 둘레가 대략 800m 깊이는 40여m나 되는 원형 굼부리가 있는데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다. 그곳에는 군데군데에 규칙적으로 조성된 둔덕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일제 시대 때 일본군이 구축했던 진지의 자취라고 알려지고 있는데 이 오름 북사면에도 그 당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벙커가 현재까지 남아있다.
남사면은 완만한 구릉을 이루면서 남쪽으로 야트막하게 벌어지고 그 아래로 다섯 개의 작은 봉우리들이 연이어진다. 이 봉우리들은 마치 떡을 찌는 시루와 같다고 하여 시루오봉(甑五峰 ; 증오봉)이라 불려지기도 한다. 북사면 일부에는 삼나무를 비롯해 몇몇 나무가 자라고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잔디가 많이 깔려있는 편이다. 사람은 사람사이에 부대끼면서 살아야 삶의 멋이 있는 것처럼 잔디도 잔디와 잔디가 어우러져 자라나야 제격일 것이다. 거기에다 꽃이 있으면 더욱 좋은 일이고….
이 오름의 동쪽 광활한 터에는 파라다이스골프클럽이 자리잡고 있다. 뿜어대는 분수, 인공 호수, 그리고 새파란 빛을 발하는 잔디의 어우러짐은 한 폭의 서양화이다. 그러나 그곳의 잔디보다 이 오름의 잔디에 더 정감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골프장의 잔디에는 위선이 있기 때문이다. |